본문 바로가기

이웃소식

개 수술 이야기

개업해서 동네 애들 앞니는 뽑아주는 일이 있었지만

동물들의 치료도 부탁받는 일이 가끔 있곤 했다.
그래봐야 개 감기, 소 설사 정도지만.

얼마전 잘 아는 주유소 사장님이 진료가 다 끝날 무렵 상의할게 있다고 했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사장님 설명하시기를

두달된 강아지가 있는데, 대변을 한번도 못봤다는 것이다.

그래서 동물병원에 갔더니 항문이 막혀서 그렇다고 서울로 가서 수술을 하라고 권하더란다.

5만원도 안되는 똥개를 서울까지 가서 수술할 수는 없는 터, 

그렇다고 생명이 있는 걸 포기하기도 그렇고, 

원장님이 외과전문의니까 나보고 어찌 좀 해달라고 한다.


허허허, 일단 한번 보기나 합시다 하고는 데리고 오라고 했다.

1kg도 안되는 똥개가 히마리도 없어보였다.

항문폐쇄였지만 직장질루(직장이 질과 연결되는 구멍이 있는 병)가 있어서 겨우 연명하고 있었다.

질을 통해 조금씩 새어나오는 똥국물....


일단 수술을 해도 일과시간이 끝나야 하지싶어 퇴근시간에 다시 데리고 오라고 했다.

죽어도 좋다는 수술 승락서는 구두로 받아놓고,

이렇게 맘편한 수술이 또 있을까마는 나 이외는 해 줄 사람이 없다는 것도 기분이 묘했다.


일과후 직원 두사람을 남으라 하고는 수술에 대해 설명을 했다.

경악하는 두사람에게 앞다리, 뒷다리를 잡으라고 하고는 

진찰실 침대에 신문지를 깔고 개를 눕히고 수술을 시작했다.

원래 항문이 있는 자리를 마취한뒤 벌리고 보니까 괄략근이 있는지도 안느껴진다.

더들어가서 직장을 찾아서 항문을 밖으로 빼내면서 rectotomy(항문 만들어주는 수술)를 했다.

진찰실 안에 퍼지는 개똥냄새, 한없이 새나오는 물똥.

보조하던 간호사가 배를 누르니까 더 가관이다.

협조도 안되는 환자....


직장과 항문피부를  chromic catgut으로 꼬맷다

(고양이 창자-실이름: 양의 창자를 재료로 만든 흡수성 봉합사))

개창자에 catgut이라니


구멍이 너무 크면 변실금이 심할까봐 연필굵기정도로 만들었다.

주사도 주고 항생제 시럽도 줬다.

dressing은?

개어미가 매일 핧아줬다.

회진은?

기름 넣으러 갈때마다 봐줬다

갈때마다 활동이 활발해지고 조금씩 잘 커갔다.

변비가 생긴 것 외외는 별 후유증이 없이 잘된 수술이었다.


이제는 병원에 동물수술도 가능합니다 라고 써 붙일까? 히히히



(닥터프라자의 게시글입니다. 익명으로 올린 글이라 저자는 알수가 없습니다. 

지방에서 일반외과 개원하시는 선생님께서 겪은 에피소드입니다. )



'이웃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주시민 100인의 원탁회의!!  (0) 2016.05.02
감사한 날....  (2) 2015.09.17
2015 경북도민체전 의료지원  (0) 2015.05.11
길에 쓰러진 사람을 보면..........  (2) 2014.12.30
영주적십자병원이 과연?  (8) 2014.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