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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소식

길에 쓰러진 사람을 보면..........

의식을 잃고 길에 쓰러진 사람을 도와야 할까요?

심장마비로 쓰러진 것 같은 사람을 심폐소생술을 해야할까요?


                                               (출처: 뉴스경북 홈페이지)

 

  • 교통사고환자를 열심히 구조했더니 응급처치가 잘못되어 다리마비가 왔다고                                  경찰서 조사받은 후 기소유예가 된 청년.

  • 철도건널목에서 기차에 치일뻔한 아이를 구하고 양쪽 다리가 절단된 철도건널목 경비아저씨.          보호자는 현장에서 달아나 버리고 나타나지 않았다지요

  • 심장마비가 발생해서 심폐소생술을 했는데 흉골과 갈비뼈가 부러지는 바람에 폐와 심장에 피가 차서 수술을 받았고 너무 많은 진료비로 민사소송을 재기받은 경우도 있구요.

  • 강간당할뻔한 여자를 구했다가 여자는 도망가고 강간범에게 오히려 상해치사로 형사고소 당했습니다.  당연히 경찰과 검찰에서 많은 정신적인 고통을 받았을 겁니다.

  • 아이가 무얼먹다가 기도가 막혔는데 배운데로 하임리히 방법으로 애를 살려놨더니                          나중에 갈비뼈가 부러졌다고 민사소송당했습니다.


요즘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는 세태를 야박하다 비난하고 

나서서 구조한 사람을 영웅시하며 미담으로 회자되는 일은 흔한 일입니다.

그런데 실제 저런 상황이 닥치면 도덕성, 의협심, 한편의 걱정으로 인해

정말 많은 갈등이 생기게 됩니다. 



성경에 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가 나옵니다. 

길에서 다친 사람을 발견하여 여관으로 데려와 치료해주고 먹이고 재워준 

착한 이방인(사마리아인) 이야기입니다. 

이 착한 사마리아인을 본따서 "착한 사마리아인법(good samaritan law)"이 만들어 졌습니다.

그냥 방관하여 생길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만든 법인데

남을 도와줄 수 있는 상황에서 돕지 않아서 상대자가 피해를 봤을 경우 처벌을 하는 법입니다. 

프랑스 형법 제63조에는 "위험에 처해있는 사람을 자기가 위험에 빠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의로 구조하지 않는 자는 3개월 이상 5년이하 징역, 혹은 360프랑이상 1만 5000프랑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고 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선한 사마리아인법"이 있을까요?

없습니다. 

대신 이와 유사한 법이 있는데 

처벌은 하지않고 대신 책임을 감면하는 규정을 넣어서 응급구조를 장려하는 법입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 2항에 <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에 관한 부분을 보면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를 제공하여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에 대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해당 행위자는 민사책임과 상해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지아니하고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은 감면한다"

하고 보호장치를 마련해주었습니다.


그냥 내버려둔 것에 대해 벌하지는 않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민사 형사상 책임이 없다라는 법입니다.

더군다나 사망하면 일부 형사책임을 져야합니다. 


그런데.............

저 법만 믿고 구조하면 문제가 없을까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3조 <응급의료에 관한 설명 동의의 내용 및 절차>에  보면 

응급환자 또는 그 법정 대리인에게 응급의료에 관하여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야 할 내용을 정의하고 있는데 

"환자에게 발생하거나 발생가능한 증상의 진단명, 응급검사의 내용, 응급처치의 내용, 

응급의료를 받지 아니하는 경우의 예상결과 또는 예후, 

그밖에 응급환자가 설명을 요구하는 사항을 미리 설명해야하고, 

만약 환자가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경우 1항에 따른 의료인 1명이상의 동의를 얻어 응급의료를 할수있다"<개정 2008. 6.13> 

로 되어있어 함부로 돌발환자 처치에 나섰다가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소지를 안고 있습니다.


물론 일반인이 아닌 의료인과 응급의료종사자들에 해당되는 의무인데 

이들에게도 이렇게 까다롭게 법적용을 하고 있습니다.  

환자가 위급한데 동의를 구해야하는 내용을 설명하여야하고

대화하기도 어렵고 의식도 없고 보호자도 없는 상황이라면 다른 의료인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데 

그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며 설사 2명이상의 의사가 같이 길을 가다가 

서로 동의하고 돌발처치를 하였다손 치더라도 아는 사이인 의사들끼리 구한 동의가 

민사소송에서 얼마나 인정을 받을 것인지 하는 문제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법률 어디에도 돌발응급진료에 대한 민사책임의 면책규정까지는 없으며 

또한 환자가 사망에 이를 경우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 아니고 감면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오히려 돌발처치에 나설 경우 그 정당성을 입증해야하는 여러가지 책무만 따르게 됩니다. 


                                                                         (출처: 영주소방서 홈페이지)

의사들의 경우를 말씀드릴까요?

돌발진료를 기피하는 것은 우리나라 의사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미국은 주마다 돌발 응급진료에 대한 규정이 다릅니다. 

일부 주는 별도 규정을 두어 의사에게 면책을 주기도 합니다만 

정당한 처치였을때나 면책하고 잘못된 처치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합니다. 

미국에서 응급 상황이 발생한 경우(천재지변이나 교통사고 및 심장, 뇌질환자등) 

의사들은 나서서 의사임을 밝히지만 섣불리 환자를 다루지는 않습니다. 

우선 반드시 환자에게 자신의 신분(어디서 근무하는 무슨 의사임을)밝히고 

상대가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 먼저 물어봐서 동의를 구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이런 미국의 규정을 베낀 것입니다. 

환자가 거절하면 두말할 필요도 없고 

환자가 동의하는 경우 우선 상황을 판단하고 

적극적인 조치보다 움직이지 못하게 하거나 주변에서 만지지 못하고 

911응급반이 도착할때까지 더 이상의 손상을 막는 것에만 주력하다가 

응급팀 오면 상황을 설명해주는 것으로 의사의 역할을 다 합니다. 

미국에서도 논란거리가 되는 것은 환자가 전혀 의식이 없어 자기의사를 표현하지 못할때입니다. 

주변에 보호자마저 없다면 두가지중에 하나를 결정하여야합니다. 

환자의 상태로 보아 절대절명의 위기라면 일단 기도확보하고 

주변에 응급처치를 보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찾아보고 

없으면 일반인에 협조를 구하여 지시하며 심폐소생술을 합니다. 

다만 이 경우 나중에 이런 과정을 주변인들과 함께 진술해야하는 일이 종종 발생할 수 있습니다. 

책임소재는 그 상황에 판단이 제대로 했는지와 조치과정이 정당했는지에 대한 진술입니다. 

응급처치를 할지 말지 그 순간에 판단해야하는 것입니다. 

그 의사가 자신의 선택으로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았다고 법적인 책임을 묻진 않습니다. 

혹 문제가 되어 법정에서 진술시 자신의 판단과 능력으로는 

그 상황에 심폐소생술을 할 수 없었다, 어쩔수 없었다고 하면 그것으로 끝나고

의사면허자격 정지니 어쩌니 하는 벌칙을 따지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법률적으로 보장된 주에서도 의사들이 돌발응급상황에 잘 나서지 않습니다. 

나선다고 해도 상황을 보고 자신의 신분을 밝힌후 911출동팀에 어떤 상황같다는 정보를 제공하지 

응급실에서처럼 적극적인 조치를 하진 않습니다.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응급처치에는 반드시 전문기구가 필요합니다.

미국에서 가장 심각하게 분쟁이 되는 부분이 기관 절개술입니다. 

기도폐색이 된 환자에게 기도확보를 위해 의료기구가 아니라도 

급하니 볼펜이나 여러가지 대롱을 이용하여 기도를 뚫어 환자를 살렸는데

나중에 그럴 정도의 응급상황이 아니었다는 다른 의사의 판정이 문제가 되어 

법적으로 소송이 벌어집니다. 

의사가 악의를 가지고 고의로 한 것이 아님에도 말입니다. 

그래서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다른 의사의 동의를 구하도록 제도화 한것입니다. 

다수의 의사가 인정한 사항이면 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미국에서는 자기 혼자 처치하였고 그 처치를 반박하는 의사가 한명뿐이라도 미국에서는 소송이 바로 벌어진다고 합니다. 응급처치가 환자에게 도움이 되었나 아니면 오히려 해가 되었나 하는 시비를 서로 입증해야하니 너무나 피곤하지요

                    (미국의 사례는 의사커뮤니티 사이트 닥터플라자의 펀드매니저님이 쓰신 글의 일부를 발췌 인용하였습니다.)


도덕성, 봉사정신 의협심 등의 좋은 의지만으로  

반드시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환자처치를 한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입니다. 

특히 일반인의 경우에는 응급종사자와는 달리 무엇이 중요한 사안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실수할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또한 응급처치에는 반드시 전문적인 기구와 약물이 필요합니다.

그렇기때문에 이런 상황에 나서지 않았다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거나 도덕성에 비난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영주소방서 홈페이지)


그렇다고 여러이유로 응급상황을 모른척하고 지나치기에는 너무 세상이 각박해질거라 생각되지 않으십니까? 우리나라 사람은 따뜻하고 뜨거운 사람들 아닙니까?

도와주어야합니다. 

그러면 어려움이 처한 사람들이 좀더 쉽게 또는 치명적인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적극적인 응급처치를 하는 것보다는 

환자에게 더 이상의 손상이 올 만한 상황을 해소하고 

119구급대에 신고를 한 후 빠른 처치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법의 보호를 받을 수있는 테두리를 넘거나 테두리 언저리까지 가면서까지 

응급구조조치를 하는 것은 전적으로 본인의 책임이고 

스스로 결정하여 나서는 용기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힘찬 박수를 보내야 할 것입니다.


 

 

    ( 글쓴이 : 정형외과 전문의 이영호 )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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