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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식구

4병동 간호사 이야기..

[간호사 이야기]

바라보는 눈빛에 따뜻함이 담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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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만 같으면 평생도 일하겠어

                     

                                       "

함께 점심을 먹으며 우스겟소리로 후배 간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수샘.. 매일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어요"

갑작스럽게 상태가 악화될 중환자도 없고. 곧 임종할 것 같은 DNR 환자도 없는 하루였다.

각 시간대 별로 처치해야 할 업무가 많지도 않는 특별한 하루였다.

이런날은 같이 근무하는 동료들과 간병사들 표정부터가 달라진다. 웃는얼굴들이 얼마나 이쁜지 모른다..

다른 병동 보다 중환자가 많아서 항상 긴장감 속에서 근무를 하다 보니. 다들 경직된 얼굴로 근무를 했었는데..나도 간호사이기 전에 한 인간이기 때문에 이런 자유가 싫지 많은 않았다.

 

간호사로 일을 하면서.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보람도 느껴보지 못한채 발등에 떨어지는 일들을 빨리 해결해야 하는  압박감 속에서  기계적으로 일했던 순간이다.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감소하거나. 갑작스러운 의식 변화로 수십번의 발걸음과  처치를 필요로 하는 여럿 중환자를 담당하고. 그이외의 와상환자들을  돌보면서.동시다발적으로 지금 당장 자신의 불편함에 대해 조치를 취해달라고 하는 일반환자까지, 미칠 것 같은 답답함과 예민함으로 숨구멍을 막아버릴때가 한두번이 아니였다.

몇몇 환자들은 지금 자신의 불편함이 1순위로 해결되기를 바랬는데. 그렇지 못해 뒤 순번으로 밀려나면 목소리를 높이거나. 컴플레인을 했다. 그럴때 마다 "죄송합니다"를 반복하는 내 신세가 처량했다.

 

의사처방 확인을 위해 의자에 잠깐 앉아있는 시간 말고는.종종 걸음을 하며 뛰어다녀야 하는적이 더 많다.중환자실 알람소리.주사 안들어간다고 소리치는 소리.암환자들 통증때문에 아파하는소리.치매환자들 아우성까지 수차례의 한숨과 불평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 하면서. 이렇게 힘든데도 내가 왜 간호사를 하고 있을까? 바로 나를 바라보는 환자들의 "눈빛"때문이다.

암과 싸우고 있는 환자에게서는 살고 싶다는 눈빛을 봤고. 치매어른에게서는 내 엄마.아빠의 눈빛을 보았고,살뜰히 챙겨주는 진폐식구들에게서는 가족과 같은 눈빛을 보았기 때문이다.

 

간호사와 환자라는 관계 일지라도 처음 보는 사람이기에 첫 만남에 어색함이  없진 않다.

하지만 간호사이기 때문에 주춤거리거나. 낯을 가리지 않고. 차분히 묻고 살피며 환자를 돌본다.

나의 눈빛과 표정,목소리톤.말의 높낮이 .환자에게 처치하는 순간의 몸짓과 태도등이 내가 하는 간호를 만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모든 것들을 스스로 의식하며 일한다.

어쩌면 가장 기본인데도. 잊어버릴때가 많다.

 

 

임상환경은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충분한 시간을 들여 간호 하기가 버겁고,때론 불가능하기도 하다.

끼니를 거르는 것이 일상인 날도 있고,화장실 갈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도 있고.초과 근무를 해야 자신의

일을 마무리 하는 날도 있다. 분명 힘든점도 많지만. 환자를 간호 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에 지금까지 간호사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내가 하는 간호가 환자에게 선한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 친금함을 담아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요"  라고 말씀해 주시는 환자분들이 있기에 퇴근길 내 마음은 훈훈함으로 가득 차있다.4병동 간호사 일지는 계속 됩니다. 다음에도 기대해주세요.